[야설 게시판] 아내와 아내의 애인에게 남편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다 - 6부 - 딸타임

아내와 아내의 애인에게 남편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다 - 6부

아내의 폭탄과도 같은 선언에 나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쿵하는 충격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요 근래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나를 충격에 빠뜨리는 폭탄이 되곤 했지만 이번의 것은 더더욱 강력한 폭탄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아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같이 살고 싶다니? 살림이라도 차리겠다는 거야?”



나의 질문에 아내는 잔인하게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긍정의 침묵이었다.



결국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당신은 유부녀야. 유부녀가 새로 살림을 차리겠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렇게 따지면 어차피 지금 우리의 상황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아요...”



아내는 너무도 당당하게도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내 말에 반박을 해왔다. 아내의 그러한 태도에 나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나의 욕망으로 인해 시작된 일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되어 버린 것일까?



나는 좌절과 실의, 그리고 분노로 뒤얽힌 복잡한 감정으로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의 눈에 잠시 연민의 빛이 스쳐지나가는 것도 같았지만 그뿐이었을 뿐. 아내에게서 더 이상의 양보라는 자비를 바랄 수는 없었다.



“잠시만이면 되요.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건.... 아주 잠시면 되요. 단지 나 자신을 확인해 보고 싶을 뿐이에요....”



여태가지 한껏 잔인하던 아내가 갑자기 나를 위로라도 해 주려는 듯 부드러운 어조로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원히 제자리로 되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나의 불안한 마음이 섞인 힘없는 읊조림에 아내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적 한번도 없었어. 당신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거예요.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죠. 당신?”



나는 그런 아내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이제 나에겐 아무런 선택권도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을.....



아내는 나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며 나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당신이 허락해줄 줄 알았어요. 사랑해요 당신....”



그리고 그 후 아내가 말한 그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우선 이 집을 이사하는 게 좋겠어요. 아파트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도 남들 이목이 너무 많으니까요...”



아내의 구상은 이러했다. 일단 내 명의로 되어있는 이 아파트를 전세를 놓은 후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을 얻는 것이었다. 그것도 나란히 두 개로 말이다. 하나는 내 명의로, 또하나는 아내의 명의로....



그리고 아내는 그렇게 바로 이웃하게 두 개의 오피스텔을 얻어 이중생활을 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너무 어이가 없는 구상이었지만 이미 아내의 이중생활에 동의한 나로선 그 어떤 반대의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던 아파트는 전세로 금새 나갔고 아내는 용케도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을, 그것도 나란히 이웃하여 두 개를 얻는 수완을 보였다.



돈이 조금 모자라기는 했으나 아내에게도 모아둔 약간의 돈이 있어 어렵지 않게 집을 얻을 수 있었다.



집이 구해지자마자 아내와 나는 이사를 했고 며칠 후 그 남자 이대진 역시 우리의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해왔다.



그가 이사를 온 날 갑자기 아내가 그들의 저녁식사에 나를 초청했다. 아내와 그의 살림살이가 있는 옆의 방으로 말이다.



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할말이 있다는 아내의 말에 불현듯 호기심이 생겨 아내의 초청에 응해 버리고 말았다.



딩동하는 벨소리와 함께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아내가 나를 맞이해 준다. 우습게도 아내는 우리 집이 아니라 이대진 그가 있는 그의 집에서 마치 그의 아내인 것처럼, 그리고 나를 손님을 대하듯 맞이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기묘한 상황이 주는 묘한 느낌에 화가 나기도 하면서 묘하게 두근거리는 쾌감도 또한 느끼기 시작했다.



“어서 들어와요.”



쭈뼛거리는 나를 향해 아내가 친절한 어투로 나에게 들어오라는 몸짓을 해보이고 나는 얼떨결에 그런 아내의 몸짓에 맞춰 아내와 이대진 그의 살림살이가 차려진 그 공간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내가 들어서자 이대진 그가 정중하게 나를 맞이한다. 차라리 그가 조금이라도 싸가지 없는 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시종일관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예의있고 정중하게 굴었다. 도저히 그에게서 뭔가 빌미를 찾아내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 그래.... 잘 지냈지?”

“물론이죠. 이게 다 형님때문입니다.”



우리는 겉치레적인 인사를 나누고는 그와 아내가 차려놓은 식탁에 둘러 앉았다. 식탁엔 고급스런 와인과 프랑스 요리가 요리되어 있었는데 평소 아내가 잘하긴 하지만 나에게 좀체 차려주지 않는 그런 것들이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시종일관 마치 그의 아내인것처럼 그의 옆에 바싹 붙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보기에도 아내는 정말로 그와 잘 어울리는 신혼부부처럼 보일 정도였다.



결국 술기운이 약간 오른 나는 나도 모르게 엉뚱한 말을 지껄이고 말았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내 아내가 자네 아내인 것 같군...”



나의 말에 잠시 이대진 그와 아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을 지킨다. 잠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드디어 이대진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 몇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형님도 꼭 약속을 해주셨으면 하는 것이지요.”



이대진은 말을 끝내잠마자 아내에게 뭔가 눈짓을 보내고 아내는 그런 이대진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도 잘 아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들의 침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었다.



이대진은 아내로부터 그것을 받아들더니 그것을 내 앞에 내밀었다.



“각서입니다. 서로간의 권리를 분명히 하는 것이지요.”



나는 그 각서를 들여다보았다. 너무나도 불길한 그 무엇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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