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이은정 - 8부
“아들이 고1?”
“…예”
“어디보자~, 8년전 결혼했는데…”
“입양한 아입니다”
“어쩐지…”
이사장은 책상 위 LCD화면에 띄운 은정의 신상서류를 살피며 질문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긴장을 쉬 풀지 못했다.
은정은 애를 낳지 못해 남편과 상의 끝에 자식을 입양했다. 그녀는 이 섬으로 전근 명령을 받자 아들을 학교 기숙사에 입소시켰다.
“이 선생은 비서실 소속으로 주요 업무는 옆방에 있는 경영실장을 보좌하는 것입니다”
비서실에는 이사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과 두명의 남녀 비서가 있고, 경영실장을 보좌하는 비서는 은정 외에도 남자직원이 한 명 더 있었다.
경영실장의 업무 가운데 정책 부분은 전부터 그 남자 비서가 맡아 왔기에 그녀는 정무 쪽을 맡게 됐다.
스케줄 관리에서부터 각종 행사나 회의 참석여부 결정, 인사말 축․조사 작성, 자금관리, 출장에는 필요할 경우 수행하는 것 등등.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점차 적응해갔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딱딱하고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청정한 자연 환경속에서 오랜 만에 만끽하는 자유로움이었다.
이사장 관저에 딸린 직원용 숙소에서 지내기도 좋았다. 설거지나 빨래 다림질 등을 담당하는 인력은 따로 배정돼 있었기에 가사로부터도 해방했다.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는 관저 앞 뜰을 거닐거나 관저를 벗어나 주변 산과 들 또는 해변가로 산책을 즐겼다.
바쁘게 달려 온 생활 끝에 모처럼 맡보는 여유였다.
다만 한 가지 그녀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성적 욕구 해결 뿐이었다.
비서실 여직원과도 친해졌다. 이사장을 보좌하는 그 여직원은 은정보다 어렸다. 스물 여섯 귀여운 용모에 보기 드문 글래머였다. 그녀의 이름은 천세영이었다.
“언니, 같이 가요!”
세영은 늦은 봄 저녁을 먹고 관저 밖으로 산책을 나서는 은정을 따라와 그녀의 팔짱을 꼈다.
해가 저물면서 황혼이 멋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들이 올라 선 서편 언덕 위 전망대에는 훈풍이 불어넘치고 있었다.
언덕 끝 가까지른 절벽 아래 해안가 모래사장에는 밀물이 들고 있었다.
파도소리와 함께 진한 갯내음이 전망대에 오른 두 여인에게 전해졌다.
“언닌 참 예뻐요”
“헐, 누가 할 소리를…”
“숙녀다움이랄까. 우아함 그리고 관능적인 면까지…”
“얘가~, 비행기 태우네. 그래봤자 네게 줄 게 없는데…”
바다가 노란 해를 삼키고 있었다. 노을빛이 가득한 은정의 얼굴을 옆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던 세영은 생각에 잠긴 언니를 다가서서 두팔로 안았다.
은정은 어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마에 가볍에 키스했다.
“사랑해요. 언니!”
“나두…”
돌아오는 길에는 땅거미가 밀려들었고 멀리 관저 앞 뜰에 켜진 등들이 선명했다.
“언니 그거 알아요?”
“뭘?”
“우리 이사장님 관음증이 심해요”
“어라~그건 몰랐네!”
“제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남자들 다 그런 거 아냐?”
“그런 날은 자꾸 차를 시키고, 신문 가져와라, 어깨 좀 안마해라 등등 요구가 많아요”
“호!~”
“언니! 이런 얘기까진 안하려 했는데…”
“실은 제 책상 밑에서 카메라 렌즈를 발견했어요”
“…”
“분명히 이사장님이 누구 시켜서 설치한 것 같아요. 그걸로 날 보고 있었다니…참!”
“미스 천이 너무 예쁘니까…그런…”
“징그럽잖아요!, 노인네가 딸 같은, 아니 손녀같은 애 아랫도리를 훔쳐본다고 생각해봐요!”
“뭐 어때!, 발가벗는 것도 아니고…, 널 못살게 구는 것도 아니고…”
“언~니! 왜 이렇게 이사장님께 관대하실까?, 난 싫대두”
“얘!…너도 짧은 치마 배꼽드러나는 티 입는 이유가 뭐니?, 여자들에겐 노출욕이라는 게 있는 거야!”
“그럼 실장님도 그러세요?”
“모르겠어!, 지금까진 그저 특이한 남자라고 느낄 뿐이지”
“특이하다뇨?”
“어! 다 왔다. 세영아~ 다음에 또 얘기하자!”
“왜 얘기하다 말고?”
“우리 애한테 E메일 답장써야 해!”
“순전히…비겁해~”
“미안!”
은정은 늦은 밤 자기 방에서 실장이 내준 숙제를 하고 있었다.
날마다 십자말 퍼즐을 푸는 것이다.
처음엔 별 희안한 숙제라고 여겼지만 은정은 이제 그것이 암시하는 뜻을 알아차렸다.
세 번째 날인가 실장이 준 퍼즐을 다 푼 은정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써 놓은 정답을 대각선으로 읽어보면 ‘은정이 참 아름다워’ 였다.
그래서 은정은 앞서 자신이 푼 퍼즐 두 장도 꺼내 대각선으로 읽어보았다.
하나는 ‘외로운 섬 고독한 남자’였고, 또 하난 ‘긴급공고 애인 구함’이었다.
다음날 은정은 출근한 실장에게 모닝커피를 대령했다.
책상 위에 놓인 은정의 퍼즐 숙제를 검열하고 있는 실장에게 그녀가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선생님. 오늘 원피스가 멋지네요”
“고맙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출장은 같이 갑시다”
“네”
은정과 실장은 자동차를 타고 목장이 있는 섬 북쪽으로 이동했다.
섬 남서쪽에 위치한 집무실에서는 절벽과 가파른 언덕 탓에 최단거리인 서편을 통해 곧바로 갈 수 없었다. 섬 중앙에 위치한 관저의 동편 쪽 도로로 돌아가야만 했다.
은정이 차를 몰고 5분 정도 지나니 가파른 언덕길이 나타났고, 차는 길따라 고불고불 돌면서 산위로 올라갔다.
산 정상에 오르니 평평한 고원과 별장이 나타났다. 고원은 관저 바로 뒤편까지 끝없이 이어지면서 점차 낮아졌다.
별장 주변은 초지가 우거진 목장이었고 젖소와 산양이 뛰어놀았다.
목장지기가 별장앞에서 반갑게 인사했다.
실장과 은정은 별장에서 짐을 풀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함께 나와 드넓은 고원 이곳 저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들이 답사하는 곳은 내년에 이곳에 세울 경비행기 활주로와 격납고 부지였다.
되도록 풍광과 자연생태계를 크게 해치지 않도록 설계가 됐는지 등등을 도면을 보며 꼼꼼히 살폈다.
그렇게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그들은 저녁 식탁에 앉았다.
목장지기가 함께 한 저녁식사는 꿀맛이었다.
만찬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별장 앞에서 목장지기가 준비한 장작에 불을 붙였다.
세 사람은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앉아 포도주를 나눠 마셨다.
취기가 거나해질 무렵 실장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얹은채 노래를 불렀다. 목장지기가 기타를 쳤다.
칸소네인듯한데 무슨 뜻인지 가사는 알 수 없었지만 퍽 애잔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이어 목장지기가 흥겨운 리듬의 가요를 불렀다.
그 때 실장이 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녀가 가만히 자신의 어깨에 볼을 묻었고 사이에 낀 그의 손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실장이 용기를 내어 은정의 반대쪽 볼에 입을 맞췄고, 이내 둘은 가볍게 키스했다.
“은정씨!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흠모하고 있습니다”
“실장님은 참 매력있는 분이세요”
“…”
“…”
기타소리가 점차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외딴 섬 초롱한 별빛 아래 모닥불 앞에서 서로를 탐하며 애무에 빠져들었다.
“…예”
“어디보자~, 8년전 결혼했는데…”
“입양한 아입니다”
“어쩐지…”
이사장은 책상 위 LCD화면에 띄운 은정의 신상서류를 살피며 질문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긴장을 쉬 풀지 못했다.
은정은 애를 낳지 못해 남편과 상의 끝에 자식을 입양했다. 그녀는 이 섬으로 전근 명령을 받자 아들을 학교 기숙사에 입소시켰다.
“이 선생은 비서실 소속으로 주요 업무는 옆방에 있는 경영실장을 보좌하는 것입니다”
비서실에는 이사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과 두명의 남녀 비서가 있고, 경영실장을 보좌하는 비서는 은정 외에도 남자직원이 한 명 더 있었다.
경영실장의 업무 가운데 정책 부분은 전부터 그 남자 비서가 맡아 왔기에 그녀는 정무 쪽을 맡게 됐다.
스케줄 관리에서부터 각종 행사나 회의 참석여부 결정, 인사말 축․조사 작성, 자금관리, 출장에는 필요할 경우 수행하는 것 등등.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점차 적응해갔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딱딱하고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청정한 자연 환경속에서 오랜 만에 만끽하는 자유로움이었다.
이사장 관저에 딸린 직원용 숙소에서 지내기도 좋았다. 설거지나 빨래 다림질 등을 담당하는 인력은 따로 배정돼 있었기에 가사로부터도 해방했다.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는 관저 앞 뜰을 거닐거나 관저를 벗어나 주변 산과 들 또는 해변가로 산책을 즐겼다.
바쁘게 달려 온 생활 끝에 모처럼 맡보는 여유였다.
다만 한 가지 그녀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성적 욕구 해결 뿐이었다.
비서실 여직원과도 친해졌다. 이사장을 보좌하는 그 여직원은 은정보다 어렸다. 스물 여섯 귀여운 용모에 보기 드문 글래머였다. 그녀의 이름은 천세영이었다.
“언니, 같이 가요!”
세영은 늦은 봄 저녁을 먹고 관저 밖으로 산책을 나서는 은정을 따라와 그녀의 팔짱을 꼈다.
해가 저물면서 황혼이 멋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들이 올라 선 서편 언덕 위 전망대에는 훈풍이 불어넘치고 있었다.
언덕 끝 가까지른 절벽 아래 해안가 모래사장에는 밀물이 들고 있었다.
파도소리와 함께 진한 갯내음이 전망대에 오른 두 여인에게 전해졌다.
“언닌 참 예뻐요”
“헐, 누가 할 소리를…”
“숙녀다움이랄까. 우아함 그리고 관능적인 면까지…”
“얘가~, 비행기 태우네. 그래봤자 네게 줄 게 없는데…”
바다가 노란 해를 삼키고 있었다. 노을빛이 가득한 은정의 얼굴을 옆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던 세영은 생각에 잠긴 언니를 다가서서 두팔로 안았다.
은정은 어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마에 가볍에 키스했다.
“사랑해요. 언니!”
“나두…”
돌아오는 길에는 땅거미가 밀려들었고 멀리 관저 앞 뜰에 켜진 등들이 선명했다.
“언니 그거 알아요?”
“뭘?”
“우리 이사장님 관음증이 심해요”
“어라~그건 몰랐네!”
“제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남자들 다 그런 거 아냐?”
“그런 날은 자꾸 차를 시키고, 신문 가져와라, 어깨 좀 안마해라 등등 요구가 많아요”
“호!~”
“언니! 이런 얘기까진 안하려 했는데…”
“실은 제 책상 밑에서 카메라 렌즈를 발견했어요”
“…”
“분명히 이사장님이 누구 시켜서 설치한 것 같아요. 그걸로 날 보고 있었다니…참!”
“미스 천이 너무 예쁘니까…그런…”
“징그럽잖아요!, 노인네가 딸 같은, 아니 손녀같은 애 아랫도리를 훔쳐본다고 생각해봐요!”
“뭐 어때!, 발가벗는 것도 아니고…, 널 못살게 구는 것도 아니고…”
“언~니! 왜 이렇게 이사장님께 관대하실까?, 난 싫대두”
“얘!…너도 짧은 치마 배꼽드러나는 티 입는 이유가 뭐니?, 여자들에겐 노출욕이라는 게 있는 거야!”
“그럼 실장님도 그러세요?”
“모르겠어!, 지금까진 그저 특이한 남자라고 느낄 뿐이지”
“특이하다뇨?”
“어! 다 왔다. 세영아~ 다음에 또 얘기하자!”
“왜 얘기하다 말고?”
“우리 애한테 E메일 답장써야 해!”
“순전히…비겁해~”
“미안!”
은정은 늦은 밤 자기 방에서 실장이 내준 숙제를 하고 있었다.
날마다 십자말 퍼즐을 푸는 것이다.
처음엔 별 희안한 숙제라고 여겼지만 은정은 이제 그것이 암시하는 뜻을 알아차렸다.
세 번째 날인가 실장이 준 퍼즐을 다 푼 은정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써 놓은 정답을 대각선으로 읽어보면 ‘은정이 참 아름다워’ 였다.
그래서 은정은 앞서 자신이 푼 퍼즐 두 장도 꺼내 대각선으로 읽어보았다.
하나는 ‘외로운 섬 고독한 남자’였고, 또 하난 ‘긴급공고 애인 구함’이었다.
다음날 은정은 출근한 실장에게 모닝커피를 대령했다.
책상 위에 놓인 은정의 퍼즐 숙제를 검열하고 있는 실장에게 그녀가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선생님. 오늘 원피스가 멋지네요”
“고맙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출장은 같이 갑시다”
“네”
은정과 실장은 자동차를 타고 목장이 있는 섬 북쪽으로 이동했다.
섬 남서쪽에 위치한 집무실에서는 절벽과 가파른 언덕 탓에 최단거리인 서편을 통해 곧바로 갈 수 없었다. 섬 중앙에 위치한 관저의 동편 쪽 도로로 돌아가야만 했다.
은정이 차를 몰고 5분 정도 지나니 가파른 언덕길이 나타났고, 차는 길따라 고불고불 돌면서 산위로 올라갔다.
산 정상에 오르니 평평한 고원과 별장이 나타났다. 고원은 관저 바로 뒤편까지 끝없이 이어지면서 점차 낮아졌다.
별장 주변은 초지가 우거진 목장이었고 젖소와 산양이 뛰어놀았다.
목장지기가 별장앞에서 반갑게 인사했다.
실장과 은정은 별장에서 짐을 풀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함께 나와 드넓은 고원 이곳 저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들이 답사하는 곳은 내년에 이곳에 세울 경비행기 활주로와 격납고 부지였다.
되도록 풍광과 자연생태계를 크게 해치지 않도록 설계가 됐는지 등등을 도면을 보며 꼼꼼히 살폈다.
그렇게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그들은 저녁 식탁에 앉았다.
목장지기가 함께 한 저녁식사는 꿀맛이었다.
만찬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별장 앞에서 목장지기가 준비한 장작에 불을 붙였다.
세 사람은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앉아 포도주를 나눠 마셨다.
취기가 거나해질 무렵 실장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얹은채 노래를 불렀다. 목장지기가 기타를 쳤다.
칸소네인듯한데 무슨 뜻인지 가사는 알 수 없었지만 퍽 애잔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이어 목장지기가 흥겨운 리듬의 가요를 불렀다.
그 때 실장이 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녀가 가만히 자신의 어깨에 볼을 묻었고 사이에 낀 그의 손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실장이 용기를 내어 은정의 반대쪽 볼에 입을 맞췄고, 이내 둘은 가볍게 키스했다.
“은정씨!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흠모하고 있습니다”
“실장님은 참 매력있는 분이세요”
“…”
“…”
기타소리가 점차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외딴 섬 초롱한 별빛 아래 모닥불 앞에서 서로를 탐하며 애무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