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게시판] 선배녀 - 29부 - 딸타임

선배녀 - 29부

엄마랑 아빠는 해외여행을 갔다. 그렇다고 소연이를 불러 놀 수도 없었다. 집에는 한 명의 거추장스러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기회에 친구나 남자친구와 못 가본 여행이라도 가면 좋으련만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내게 일언반구도 없었다. 하긴 여행계획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오늘 날씨로는 어디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오후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누나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나도 바빴지만 누나도 그동안 바빴는지 요즘 들어 누나와 얘기를 나눠본 기억이 없었다.



오랜만에 같이 집에 있어 누나가 방에서 나오면 얘기나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누나는 방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친구를 만나러 가야할 시간까지 누나는 방에서 나오지 않아 난 누나의 얼굴 한 번 못 보고 밖으로 나갔다.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주차장을 힐끔 보니 누나 차가 보였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누나 차 너머로 엄마 차도 있을 것이다. 약속장소가 멀지도 않으니 차를 가져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차키를 가지러 올라가다가 나는 다시 내려왔다. 이따 술 마시고 대리를 부르느니 택시를 타고 다니는 편이 더 나을 거 같았다.



약속장소에 도착할 무렵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왜?”



[윤호야, 미안해서 어떻게 하냐?]



“무슨 일인데?”



[오늘 너 못 보겠다.]



“갑자기 왜?”



[여자친구 비행편이 결항됐다고 해서 여자친구한테 가봐야 돼.]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이 친구는 대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여자친구가 생겼고, 처음 사귀게 된 여자친구에 푹 빠져 얼굴조차 보기 힘든 친구였다. 어쩐 일인지 이 친구가 먼저 만나자고 했고, 난 장난스럽게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사실대로 실토했다. 여자친구가 잠깐 고향에 내려가기에 시간이 괜찮다고 했던 것이다. 괘씸했지만 일단 만난 다음에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흔쾌히 수락했었다. 하지만 혼내줄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할 듯 했다. 대신 혼나는 강도는 열 배 이상이 될 것이다.



“진짜 네가 최고다.”



“미안해. 다음에 내가 크게 쏠게. 다음에 보자.”



내게 짜증이나 화를 낼 기회, 아니면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척 할 기회조차 주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린 친구였다. 이런 친구가 내 단짝이었다는 게 믿기질 않을 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전화해 따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나는 택시를 돌려 우리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가니 누나는 그 사이 나가고 아무도 없었다. 옷을 벗으려고 하니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나가려고 준비했던 시간보다 나와 있던 시간이 더 짧은 건 이상하게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가 비 올 때 돌아다니기 좋은 코엑스로 갔다. 서점에 가서 책을 보다가 맛있는 걸 먹고 영화까지 봐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향한 곳이었다.



서점에서 책을 보는 것까지는 좋았다. 시간도 잘 흘러갔고 관심이 있던 책 두 권도 샀다. 이제 맛있는 걸 먹으려 했지만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는 게 너무 어색해 쉽사리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결국 외출준비한 시간보다 밖에 나와 있던 시간이 길었다는 것에만 만족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 앞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을 해제시키려다가 손을 멈췄다. 이미 해제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누나가 벌써 들어왔을 것 같지는 않고 내가 깜빡하고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고 나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나는 당황스러운 장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남녀가 벌거벗은 채로 소파 위에서 몸이 엉켜 있었다. 그들도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당황했는지 몸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것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두 사람 다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아래에 깔려 있던 여자는 누나였고, 누나를 덮고 있던 남자는 진원이 형이었다. 나 또한 현관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몸이 녹은 건 진원이 형이었다. 진원이 형은 몸을 일으키더니 너부러진 옷가지 중에 자기 팬티를 찾아 입으려 했다.



그 와중에도 난 지연이 누나의 조였던 보지가 생각났다. 진원이 형의 자지가 굉장히 작았기 때문이었다. 길이도 물론 짧았지만 그것보다 굵기가 더 문제였다. 두꺼운 볼펜이랑 비슷해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느새 진원이 형은 옷을 다 입었고, 그 사이 누나는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진원이 형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윤호야,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됐어.”



그때까지도 난 이것저것 따지며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오직 진원이 형의 자지의 크기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지연이 누나가 저런 자지만 받아들였으니 내 자지를 힘들어했다는 생각이 주된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진원이 형이 불쌍하게까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진원이 형의 얘기를 듣는 순간 지금 상황에 대한 상식적인 생각으로 돌아왔다.



“우리 누나랑 사귀세요?”



“아니. 그런 건 아냐.”



“그럼 그냥 섹스만 하는 사이예요?”



“오늘이 처음이야. 그것도 우연히 이렇게 된 거야. 지연이한테는 말하지 마. 부탁할게.”



지연이 누나한테 얘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앞으로 지연이 누나를 만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누구도 비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최소한 지금 이 상황이 강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누나의 입장에서는 진원이 형을 스쳐지나가는 섹스파트너쯤으로 여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지연이 누나의 입장에 서서 대변할 만한 처지도 아니었다. 더 이상 지연이 누나는 숨겨둔 내 여자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도 다른 여자랑 하고 다니잖아. 나이트에서 만났다는 여자. 나도 소연이한테 얘기 안 할 테니까 우리 서로 모른 척 하자. 응?”



진원이 형은 굳이 이 얘기까지 꺼낼 필요가 없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있자 초조해서 꺼낸 얘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말이 나의 화를 돋우었다.



난 뛰어가서 진원이 형의 얼굴에 주먹에 날렸다. 진원이 형은 소파 위로 나자빠졌다.



“넌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우리 누나를 건드렸어. 근데 지금 우리 누나에 대한 사과는 안 하고 지연이 누나한테 얘기할까봐 그것만 걱정 되냐?”



“그래. 그것도 미안하다면 미안해. 근데 네 누나가 나 여자친구 있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내가 하자고 한 것도 아냐.”



물론 그랬을 것이다. 오히려 누나라면 여자친구 있다는 얘기에 더 좋아했을지도 몰랐다. 누나한테 목매고 매달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소연이를 거들먹거렸다는 것이다. 난 그것에 화가 났고, 주먹질 할 핑계거리로 누나를 떠올린 것뿐이었다.



“알았으니까 꺼져. 우리 누나는 네 머릿속에서 지워. 나도 지울 테니까.”



진원이 형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리나케 우리 집에서 뛰쳐나갔다. 곧 누나가 파자마를 입고 방에서 나왔다. 누나의 팬티와 브래지어는 거실에 나뒹굴고 있는데 과연 누나의 파자마 안에도 팬티와 브래지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네가 뭔데 쫓아내?”



난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너 너무 막 사는 거 아니냐?”



“내가 어떻게 살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그때 내 핸드폰 벨이 울렸고, 소연이였다. 난 지금 전화 받을 경황이 없었기에 수신거부를 하고 누나한테 쏘아붙였다.



“누나라는 인간이 여기저기서 몸을 막 뒹굴고 다니는데 그럼 가만히 있냐?”



“웃기지 마. 너나 잘 해.”



왜 갑자기 나한테 불똥이 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잘못이라고 할 거까지는 없지만 어쨌든 문제의 발단은 분명 누나였는데 말이다.



“내가 못 한 건 뭔데?”



“네가 나한테 한 짓은 생각 못 하니?”



다시 한 번 소연이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또 수신거부를 하고 누나에게 따졌다.



“무슨 짓?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어쩜 너 그렇게 뻔뻔하니?”



“무슨 소리야? 내가 뻔뻔할 게 뭐가 있어?”



“꼭 내 입으로 말해야 돼?”



정말 답답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누나는 앙칼진 눈빛으로 날 몰아세우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보다 뜸 들이는 게 더 마음을 끓게 만들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좀 속 시원히 말해봐.”



“나 술 취해서 온 날! 이래도 발뺌할 거야?”



술 취해서 온 날이라면 누나가 만취를 했고, 난 택시비를 대신 지불했다. 그리고 힘들게 업고 집까지 데려왔고, 옷까지 갈아입혀줬다. 그러고 보니 아직 택시비 정산도 끝나지 않았고 내 수고의 대가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날 내가 잘못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날? 그날 뭐?”



“끝까지 시치미 떼겠다는 거야?”



내 친절에 보답은 못할망정 이런 식으로 날 못된 놈으로 몰아가는 게 너무나도 억울해서 난 그저 멍하니 누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음 해.”



누나는 갑자기 파자마를 벗어 던졌다. 속옷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누나의 몸을 가리는 수단은 오직 파자마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누나의 몸은 여과 없이 내 눈에 들어왔다.



“뭐하는 짓이야?”



“내가 멀쩡할 때도 한 번 해보라고!”



“미쳤어? 뭘 해?”



“왜? 내가 안 취해있으니까 겁 나?”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그냥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누나의 보지를 더럽혀놓은 정액들, 누나는 그 정액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는 냉장고의 맥주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이제 술 마셨으니까 네 더러운 자지 또 한 번 놀려봐.”



“이게 정말 미쳤나?”



“그때는 그렇게도 잘 싸지르고 가놓고는 왜 이제는 못 해? 내가 자면 하려고?”



확실히 누나는 날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일까, 화는 머리끝까지 났지만 오히려 목소리는 차분하게 나왔다.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니라고 발뺌이라도 해보려고?”



내 차분함도 거기까지였다. 내 감정은 봇물 터지듯 나와 누나에게 되돌려주었다.



“미쳤다고 내가 너랑 하냐? 내가 섹스 할 여자가 그렇게 없어 보여? 어디서 몸 함부로 굴리고 들어와 놓고는 나한테 뒤집어 씌워!”



나의 격한 반응에 누나는 놀란 눈치였다. 지금까지 누나에게 이렇게까지 화낸 적이 없었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정말 너 아냐?”



“이게 끝까지……. 욕 나오기 전에 그만해라.”



누나는 나의 강경한 태도에 내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는지 슬금슬금 파자마를 주워 입더니 방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난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다가 이내 웃음이 터져 멈출 수가 없었다. 누나가 쪽팔려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날 벼랑 끝까지 몰아넣으려고 극한의 방법을 사용했는데 망신만 당한 꼴이니 고개를 들 수가 없을 것이다.



“야, 팬티랑 브래지어 가져가. 왜 지저분하게 거실에 놔둬?”



누나의 방은 조용했다. 난 누나를 더 골려주려 누나의 방문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팬티랑 브래지어 치우라고!”



“그냥 놔 둬!”



“왜? 나중에 내가 훔쳐갔다고 하려고?”



“죽을래?”



누나가 날 벼랑 끝까지 몰았으니 나도 벼랑 끝까지 가서 놀려주고 싶었다.



“나 들어간다.”



“들어오지 마.”



쪽팔려서 숨은 주제에 그래도 문은 잠그고 들어갔다.



“문 열어.”



“들어오지 말라고.”



“문 안 열면 부수고 들어간다.”



“나 좀 그냥 놔 둬.”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굳이 부술 필요도 없었다. 이쑤시개 하나로 꾹 누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난 한 번 용서해주기로 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용하기로 했다.



“나와. 술이나 한 잔 해.”



누나는 내가 술상을 다 볼 때까지 그 어떤 인기척도 내지 않았다.



“빨리 나와. 다 차렸어.”



누나의 방문은 살짝 열렸고, 누나는 고개를 숙이고 거실로 와서는 테이블 앞에 앉았다. 누나가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나는 너무 웃겼다.



“웃지 마.”



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누나는 날 할퀴기라도 할 것처럼 노려보았다.



“웃지 말라고!”



“알았어, 알았어. 안 웃을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마냥 웃을 일은 아니었다. 누나는 정액의 주인을 나라고 생각했다는 얘기였고, 내가 아니라면 누나의 보지에 있던 정액은 누구의 것인지 누나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근데 너 진짜 그날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서 나 의심한 거야?”



“응.”



“남자랑 술 마시고 한 건 아냐?”



“그날 남자 없었어.”



“그럼…….”



그렇다면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리인데 나는 차마 거기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누나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더러울 누나의 기분에 구태여 내가 오물을 쏟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과연 동생에게 성폭행당한 게 기분 나쁠까, 모르는 사람에게 성폭행당한 게 기분 나쁠까? 원망할 상대가 있는 편이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보다는 나을 거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 동안에 날 원망의 대상으로 한없이 증오하고 있었을 누나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아니다. 됐다.”



“의심해서 미안해.”



“됐어. 오해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술 좀 적당히 마시고 다녀.”



“알았어.”



“네 사생활이니까 뭐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네 몸도 좀 소중히 하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물론 네가 알아서 할 문제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네 몸을 조금은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누나는 대답이 없었다. 내 말을 흘려듣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동안 누나가 날 증오하느라 그랬는지 서로가 바빠 그랬는지 모를 시간 동안의 일상들을 나누며 술병을 비워갔다. 싼 양주만 골라서 먹고 있기는 했지만 두 병째 마시고 있으니 아빠가 돌아오면 한 마디 할 게 뻔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술잔을 채웠다.



누나의 술버릇은 음담패설인지 오늘도 역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얘기를 꺼냈다.



“솔직히 난 섹스가 좋아. 오르가즘 따위는 느껴본 적도 없지만, 황홀한 느낌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좋았던 적도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섹스를 통해 즐거움을 느껴.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섹스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단 말이야.”



“섹스중독이야?”



“그런 거 같기도 해. 어떤 때는 가끔 길거리를 걸어가다가도 하고 싶단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 뭐 이 정도면 중독이라고 볼 수도 있지.”



“좋겠다. 섹스중독이라서.”



“사실 이건 비밀인데 나 너랑 섹스 하는 상상도 했었다.”



아무리 취했어도 할 얘기가 있고 안 할 얘기가 있는 법인데 이건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남자한테 얘기를 했다면 섹스하자고 대놓고 얘기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좋다고 섹스 하러 가겠지만 난 그럴 수도 없는 사람이니 할 얘기가 아닌 것이다.



“제대로 미쳤네.”



“넌 나한테 그런 마음 가져본 적 없어?”



“난 안 미쳤거든.”



“진짜 단 한 번도 없어?”



“그랬음 벌써 했겠지. 네가 술 마시고 정신 못 차린 게 몇 번인데…….”



어릴 때는 가끔 누나를 상대로 자위를 하는 날도 있었다. 근데 나이를 먹어가며 누나는 내 자위대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굳이 자위대상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여자가 항상 있었는데 누나를 떠올리며 자위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누나라는 존재가 여자로 봐야할 까닭이 없음이 가장 클 것이다.



“하고 싶었는데 참았던 건 아니고?”



“왜 이러실까, 진짜.”



“아니면 말지 뭘 그렇게 정색까지 하니?”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니다. 누나랑 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 많대. 게다가 네 누나가 보통 누나야? 얼굴로만 따지면 대한민국 0.1%에다가 몸매도 이 정도면 훌륭하잖아.”



“그러세요? 근데 그런 말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할 수 있는 노하우는 뭐야?”



“사실이니까.”



“네가 내 누나라는 게 정말 창피하다.”



“자랑스러울 것까지야.”



“뭐라는 거야? 창피하다고!”



“알아, 알아. 자랑스럽겠지. 아니까 그만 얘기해.”



이러한 누나의 얘기들을 누가 들을까봐 진심 창피했다. 예쁜 건 인정하지만 그걸 본인 입으로 얘기하는 건 정말이지 밥맛이었다.



“휴, 말을 말자.”



“어때? 오늘 누나랑 한 번 할까?”



“정신 차려라.”



“농담이야, 농담.”



누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거리며 웃었다. 나는 하나도 안 웃긴데 이상했다. 술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었다.



“넌 어떤 체위가 좋아?”



“특별히 좋아하는 체위는 없어.”



“왜? 모든 체위가 느낌이 똑같아?”



“그건 아닌데 특정 체위가 더 좋다거나 그러진 않는 거 같아.”



“난 시기마다 다른 거 같아. 뒤로 하는 게 수치스러우면서도 당하는 느낌이 있고, 또 깊이 들어와서 좋은데 마무리는 정상위로 하면서 꼭 껴안고 끝내는 게 좋아.”



“안 물어봤거든요.”



“반응이 뭐가 이렇게 재미가 없어? 남자들은 야한 얘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들어주던데.”



“친누나랑 그런 얘기하는 게 퍽이나 재밌겠다.”



“고정관념 좀 깨. 친누나라고 일상적인 얘기만 해? 친한 만큼 감춰진 부분도 나누고 해야지.”



“그럼 아빠랑 하든가, 왜 나한테 그래?”



“됐어. 안 해, 안 해!”



누나는 삐친 척 하며 벽을 보고 자리에 누웠다.



“잘 거면 들어가서 자.”



“나 안아서 침대에 뉘어줘.”



누나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간드러지게 말했지만 난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술주정은 너 좋다는 애들한테나 해.”



누나는 고개를 홱 돌려 도끼눈을 뜨고 쳐다봤다.



“안 해줄 거야?”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하라고 명령을 해.”



“처음부터 고분고분 했으면 서로 좋았잖아.”



난 대꾸할 가치를 못 느꼈다. 그냥 누나가 시키는 대로 누나를 번쩍 안아서 누나 방으로 들어갔다. 누나가 완전히 정신을 잃었으면 침대 위로 던지기나 할 텐데 아직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그러지도 못했다. 하필 나는 누나의 발을 침대 머리맡 쪽으로 향하도록 안아서 침대 위까지 무릎 꿇고 올라간 다음 뒤로 돌아서 누나를 내려줬다.



“잘했어, 내 동생. 이리 와봐. 누나가 뽀뽀해줄게.”



“잠이나 자.”



“좋게 말할 때 와라.”



나는 군소리 없이 누나의 입술 앞에 볼을 갖다 댔지만 누나는 내 얼굴을 돌려 입술에 쪽하고 뽀뽀를 해주었다. 난 괜한 투정으로 인상을 썼다. 누나는 그런 내가 귀여운지 까르르 거리며 꿀밤을 놓아주었다.



“오랜만에 누나랑 같이 잘까? 옆에 누워봐.”



“징그러. 그만해.”



“떽, 누나가 누우라면 눕는 거지, 어디서 앙탈이야.”



“앙탈은 무슨…….”



“얼른 누워봐.”



누나는 내 팔을 잡아끌었고, 나는 못이기는 척 누나의 옆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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